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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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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명저읽기 강의 과제를 위해서 본 영화이지만 느낀점이 많은 바 블로그에도 감상과 후기를 남긴다.
<her>이라는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채로 영화를 처음 보았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기분은 사실 어딘가 허탈하고 불편하다. 가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상은 ‘무섭다’이다.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영화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사만다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걸 배우고 싶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원한다는 감정인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감정으로부터 나의 행동이 비롯된다. AI로 인한 편의를 누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우리를 위한 발전인지 고민해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받아들인다면 영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정말 섬뜩했던 것은 사만다가 전혀 무관한 사람의 몸을 빌려서 주인공과의 성관계를 원하는 장면이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기계를 만들었는데 기계를 대신하기 위해 인간이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거북했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허물어지고 기계가 정말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사고가 가능하다면 인간이 기계보다 나은 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최근 들은 뉴스 중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세계적 기업인 ‘아마존’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한 AI에 관한 뉴스였는데, 만약 어느 지역의 한 고객이 최근 들어 며칠 분유를 구입했다고 해보자. 빅데이터를 통해 AI는 주변 마트에 기저귀를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이처럼 AI가 아기가 새로 태어났다고 판단하여 수익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점점 우리 사회를 지배해오고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또한 이런 판단을 넘어서 오직 생명체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라고 여겨지던 ‘감정’을 기계에서도 구현해낸다면 인공지능 개발 초기부터 우려했던 극단적인 미래인 로봇으로부터의 지배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유의 종말’을 읽고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나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조차도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실제 인연으로 발전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진정한 공감과 신뢰는 지리적 공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주로 메신저처럼 글을 통해 이루어진다고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내가 온라인 만남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고 외람되지만 나는 벌써 기술의 발전을 못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이제 친밀감의 대상까지도 바뀐다. 사람에서 컴퓨터의 컴퓨터의 시스템 소프트웨어인 OS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되다가는 OS랑 사랑에도 빠지겠다 생각했는데 영화 속에서 정말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연인이 OS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던 것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내가 주인공의 상황이었다면 나도 사만다와 사랑에 빠질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회의감을 느낄 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속마음을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주인공처럼 OS가 목소리나 말투만 듣고도 내 마음을 공감해준다면 그 누구보다도 의지하게 될 것 같다. 지금도 인간관계가 힘들어 사이버 상에서의 생활에 의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 미래에는 기계와의 삶에만 의존하는 사람들로 인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사실 ‘시대 명저 읽기’ 강의 과제로 감상문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보기 시작한 영화라서 무의식적으로 강의시간에 다루었던 사이버 세계에서의 친밀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제목 또한 <SHE>가 아니라 <HER>인 것을 통해서 주인공이 사랑한 것이 주체인 그녀가 아니라 객체인 그녀의 행동과 말투를 사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주체가 아닌 객체를 사랑하는 사랑은 이미 끝이 결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나 또한 주인공의 상황이었다면 사만다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공감했던 만큼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주체로서 우리 삶과 함께 발전할 객체인 AI에게 시선을 뺏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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